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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가 아닌데 코딩을 배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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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가 아닌데 코딩을 배워야 할까

"코딩은 필수 역량이다." 몇 년 전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이다. 그런데 ChatGPT가 코드를 뚝딱 만들어내는 지금, 이 말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이 든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비개발자에게 코딩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다. 다만 예외가 있다.

AI 시대, 코딩의 의미가 달라졌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코딩을 배우려면 문법부터 시작해 수백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AI에게 "엑셀 파일에서 중복 데이터를 찾아 삭제하는 파이썬 코드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30초 안에 작동하는 코드가 나온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의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다. 반면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는 능력'과 '결과물을 검증하는 능력'의 가치는 올라갔다.

예전에는 코딩을 배워야 자동화를 할 수 있었다. 지금은 AI에게 명확하게 지시할 줄 알면 된다. 코딩 문법을 외우는 대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향을 설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그래도 코딩이 필요한 경우

모든 비개발자에게 코딩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음 세 가지 상황에서는 기초 수준의 코딩 지식이 여전히 유용하다.

1. 데이터를 다루는 직무

마케팅 분석, 재무 분석, 연구직 등 데이터를 자주 다루는 사람이라면 파이썬이나 SQL 기초를 아는 것이 도움된다. AI가 코드를 만들어줘도, 그 코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판단하려면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엑셀로 2시간 걸리던 작업을 파이썬으로 5분에 끝낼 수 있다면, 그 5분짜리 코드를 검증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은 투자 대비 효과가 크다.

2. AI 도구를 깊게 활용하고 싶은 경우

ChatGPT나 Claude를 단순 질의응답 이상으로 활용하려면 프로그래밍적 사고가 도움된다. API 연동, 자동화 워크플로우 구축, 커스텀 봇 제작 등은 코딩 기초 없이는 한계가 있다.

물론 노코드 도구들이 많이 나왔지만, 복잡한 요구사항을 구현하려면 결국 코드 한두 줄은 건드려야 할 때가 온다.

3. 개발자와 협업이 잦은 경우

프로덕트 매니저, 기획자, 디자이너 등 개발팀과 자주 소통하는 직무라면 기초 코딩 지식이 협업 효율을 높인다. 코드를 읽을 줄 알면 "이거 왜 안 돼요?"가 아니라 "이 부분 로직이 문제인 것 같은데 확인해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다.

코딩 대신 배워야 할 것

위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코딩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들이 있다.

AI 활용 능력

ChatGPT, Claude, Gemini 등 생성형 AI를 제대로 쓰는 법부터 익혀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거창하게 부르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명확하게 지시하는 능력이다.

  • 맥락을 충분히 제공하기
  • 원하는 출력 형식 지정하기
  • 단계별로 나눠서 요청하기
  • 결과물 검증하고 피드백 주기

이 네 가지만 잘해도 업무 생산성이 2배는 올라간다.

자동화 도구 활용

Zapier, Make(구 Integromat), Power Automate 같은 노코드 자동화 도구를 익혀라.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코딩 지식이 필요 없다. 드래그 앤 드롭으로 "이메일 오면 슬랙에 알림 보내기", "구글 시트 업데이트되면 보고서 자동 생성" 같은 워크플로우를 만들 수 있다.

데이터 리터러시

숫자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엑셀 피벗테이블, 기본적인 통계 개념, 차트 해석법 정도면 대부분의 비개발 직무에서 충분하다. 코딩을 배우겠다고 파이썬 문법 외우는 시간에 엑셀 고급 기능 하나 더 익히는 게 실무에서 더 쓸모있다.

배운다면 어디까지 배울 것인가

그래도 코딩을 배우기로 했다면, 어디까지 배울지 명확히 정해라. 비개발자가 풀스택 개발자 수준으로 배울 필요는 전혀 없다.

추천하는 학습 범위

파이썬 기초 (20-30시간)

  • 변수, 조건문, 반복문의 개념
  • 리스트, 딕셔너리 등 기본 자료구조
  • 함수 정의하고 호출하는 법
  • 판다스 라이브러리 기초 (데이터 다루는 직무라면)

SQL 기초 (10-20시간)

  • SELECT, WHERE, JOIN의 개념
  • 간단한 데이터 조회와 필터링
  • 집계 함수 (COUNT, SUM, AVG 등)

이 정도면 AI가 만들어준 코드를 이해하고, 간단한 수정을 할 수 있다. 그 이상은 필요할 때 배우면 된다.

학습 방법

  1. 무료 리소스로 시작하라: 유데미, 인프런의 무료 강좌나 유튜브로 충분하다. 비싼 부트캠프에 수백만 원 쓸 필요 없다.

  2. 실제 업무 문제로 연습하라: 문법만 배우면 금방 잊어버린다. "이번 달 매출 데이터 정리" 같은 실제 업무를 코드로 해결해봐라.

  3. AI를 튜터로 활용하라: 모르는 게 생기면 ChatGPT에게 물어봐라. "이 코드가 무슨 뜻이야?", "이 에러 왜 나는 거야?" 24시간 무료 과외 선생이 생긴 셈이다.

실천 가이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다.

  1. 자신의 상황 점검하기: 위에서 말한 '코딩이 필요한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라. 해당하지 않으면 코딩보다 AI 활용 능력부터 키워라.

  2. AI 도구 하나 제대로 익히기: ChatGPT든 Claude든 하나를 정해서 2주간 업무에 적극 활용해봐라. 프롬프트 작성법을 체득하는 게 먼저다.

  3. 노코드 자동화 시도하기: Zapier 무료 플랜으로 간단한 자동화 하나 만들어봐라. 코딩 없이도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걸 직접 경험해라.

  4. 코딩을 배우기로 했다면: 파이썬 기초 강좌 하나 골라서 하루 30분씩 2주만 해봐라. 그 2주가 괴롭다면 코딩은 안 맞는 거다. 괜찮다면 SQL까지 이어가라.

  5. 현실적인 목표 설정하기: "풀스택 개발자가 되겠다"가 아니라 "AI가 만든 코드를 이해하고 간단히 수정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삼아라.

마무리

"코딩을 배워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개발자에게 코딩 학습의 우선순위는 높지 않다.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시대다. 중요한 건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이다. 프로그래밍 문법을 외우는 대신, 문제 해결 능력과 AI 활용 능력을 먼저 키워라.

코딩이 정말 필요한 상황이라면 배워라. 하지만 남들이 배우니까, 불안하니까 배우는 건 시간 낭비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역량을 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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