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법률 직무는 어떻게 바뀔까 - 변호사·법무팀의 미래
AI 시대, 법률 직무는 어떻게 바뀔까
GPT-4가 미국 변호사 시험(Bar Exam)에서 상위 10% 성적으로 합격했다. 이 소식을 듣고 법조계 종사자들이 흔들렸다. 계약서 검토, 판례 조사, 법률 문서 초안 작성까지. 법률 업무의 상당 부분이 이미 AI로 대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변호사, 법무팀 직원은 정말 사라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AI가 이미 바꾸고 있는 법률 업무
법률 분야에서 AI 도입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가 변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계약서 검토
기존에는 수십 페이지의 계약서를 변호사가 한 줄 한 줄 읽으며 위험 조항을 찾아냈다. 지금은 AI가 몇 분 만에 계약서를 분석하고, 불리한 조항과 누락된 조건을 자동으로 표시한다. Kira Systems, LawGeex 같은 리걸테크 도구들이 이미 대형 로펌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로앤컴퍼니의 '로톡', 인텔리콘의 AI 계약 분석 서비스 등이 확산 중이다.
사람이 8시간 걸리던 계약서 검토를 AI는 30분 만에 처리한다. 정확도도 사람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경우가 많다.
판례 검색과 법률 리서치
판례 검색은 AI가 가장 잘하는 영역 중 하나다. 키워드 기반 검색을 넘어서, AI는 맥락을 이해하고 관련 판례를 찾아낸다. 미국의 Westlaw AI, 한국의 빅케이스, 케이스노트 같은 서비스가 법률 리서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예전에는 주니어 변호사가 며칠씩 판례를 뒤지는 게 당연했다. 이제 AI에게 상황을 설명하면 관련 판례와 법률 조항을 정리해 준다.
법률 문서 초안 작성
소장, 답변서, 법률 의견서, 내용증명. 정형화된 법률 문서의 초안 작성은 AI의 강점이다. 기본 구조와 필수 항목을 빠짐없이 채워 넣는 작업에서 AI는 실수가 적다. 변호사는 AI가 만든 초안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역할로 바뀐다.
법무팀에서 반복적으로 작성하던 NDA, 근로계약서, 이용약관 같은 문서도 AI가 상당 부분 자동화하고 있다.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법률 영역
AI가 빠르게 법률 업무에 침투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만 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하다.
법정 변론
재판은 논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판사의 성향을 파악하고, 배심원의 감정에 호소하며, 상대 변호사의 전략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한다. 목소리 톤, 표정, 타이밍. 이런 비언어적 요소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법정에서 인간 변호사를 대신하기는 어렵다.
협상
M&A 딜, 분쟁 조정, 합의 도출. 이런 협상 업무는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읽고, 신뢰를 구축하며, 때로는 감정적 설득이 필요하다. 법률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나오는 역량이다.
전략적 자문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 규제 환경이 바뀔 때,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법률 자문은 단순히 법 조항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비즈니스 맥락을 이해하고, 리스크를 평가하며, 최선의 전략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건 경험과 판단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윤리적 판단
법과 윤리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의뢰인의 이익을 지키면서도 사회적 정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 이해 충돌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AI는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책임의 문제도 있다. AI의 법률 조언이 틀렸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는가? 결국 최종 판단은 사람의 몫이다.
법률 직무 종사자의 생존 전략 5가지
법률 업무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된다.
1. 리걸테크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하라
가장 먼저 할 일이다. AI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AI를 도구로 쓸 줄 알아야 한다. ChatGPT로 법률 리서치 보조하기, AI 계약서 분석 도구 사용법 익히기, 법률 문서 자동화 플랫폼 활용하기. 이런 도구에 익숙한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변호사의 생산성 차이는 벌써 벌어지고 있다.
로펌이든 기업 법무팀이든, AI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이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게 처리한다. 도구를 거부하는 건 선택이 아니다.
2. 전문 분야를 심화하라
AI 법률, 데이터 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디지털 자산 규제. AI 시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법률 이슈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직 많지 않다.
범용적인 법률 서비스는 AI가 상당 부분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AI 윤리 가이드라인 수립, 알고리즘 차별 소송, 생성형 AI 저작권 분쟁 같은 신규 영역은 깊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지금 이 분야에 포지셔닝하면 향후 5~10년간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3. 클라이언트 관계와 상담 역량을 강화하라
법률 서비스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의뢰인은 법률 지식만 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주고, 불안을 줄여주며,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을 원한다.
AI는 법률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의뢰인의 감정을 읽고 신뢰를 구축하는 건 사람의 몫이다. 상담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공감 능력. 이런 소프트 스킬이 법률 직무에서 점점 더 중요해진다.
4. AI + 법률 하이브리드 역할을 만들어라
AI를 이해하면서 법률 전문성도 갖춘 사람. 이런 하이브리드 인재가 가장 가치 있다. 리걸테크 기업에서 법률 자문을 하거나, 로펌에서 AI 도입을 주도하거나, AI 법률 서비스를 기획하는 역할이다.
코딩까지 할 필요는 없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디에 한계가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기술과 법률의 교차점에 서 있는 사람이 양쪽 모두에서 환영받는다.
5. 법무팀 AI 도입의 리더가 되라
기업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다면, AI 도입을 주도하는 사람이 되라. 어떤 업무를 AI로 자동화할 수 있는지, 어떤 도구를 도입해야 하는지, 리스크는 무엇인지. 이걸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팀 내에서 핵심 인물이 된다.
AI 도입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 관리의 문제다. 법률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리더. 이 역할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
실천 가이드
당장 이번 주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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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로 법률 리서치 연습하기: 현재 맡고 있는 업무와 관련된 법률 이슈를 ChatGPT에 물어보라. 답변의 정확도를 직접 검증하면서 AI의 강점과 한계를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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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테크 도구 하나 체험하기: 빅케이스, 케이스노트, 로톡 같은 국내 리걸테크 서비스에 가입해서 실제로 써보라. 무료 체험이 가능한 서비스부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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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법률 관련 뉴스 구독하기: AI 규제, 리걸테크 동향, 해외 법률 AI 사례. 매일 10분이면 충분하다. 법률신문, 로앤비 뉴스, TechCrunch 법률 섹션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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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분야 하나 정하기: AI 법률, 데이터 보호, 핀테크 규제, 디지털 자산. 관심 있는 분야를 하나 골라서 깊이 파고들어라.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고 전문 논문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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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AI 활용 제안서 작성하기: 현재 팀에서 AI로 개선할 수 있는 업무를 정리해서 제안서를 만들어라. 이 과정 자체가 AI 도입 리더로 포지셔닝하는 첫걸음이다.
마무리
법률 직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AI를 무시하는 법률 전문가는 도태된다. 계약서 검토, 판례 검색, 문서 작성 같은 반복 업무는 AI가 맡고, 변호사는 전략, 협상, 관계, 판단에 집중하는 구조로 바뀐다.
결국 "AI 때문에 변호사가 없어진다"가 아니라 "AI를 잘 쓰는 변호사가 못 쓰는 변호사의 일을 가져간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지금 준비를 시작하면 변화가 기회가 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은 이 경우에도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