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변호사AI시대직업변화커리어

AI 시대, 변호사·법무사·법률 직업의 미래

6분 읽기

법률 분야에도 AI 바람이 분다

"변호사도 AI에 대체되나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이 복잡해진다. 단순히 "네" 또는 "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법률 직업 전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업무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미 글로벌 로펌들은 AI를 도입해 수천 건의 계약서를 몇 시간 만에 검토한다. 국내에서도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대형 로펌은 자체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법률 시장은 지금 조용하지만 빠르게 재편되는 중이다.

이 글에서는 과장 없이, 법률 분야에서 AI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못 하며, 법률 직업인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AI가 이미 하고 있는 법률 업무

현실을 직시하자. AI는 이미 다음 업무를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한다.

계약서 검토 및 분석

AI는 수백 페이지짜리 계약서에서 리스크 조항, 누락 항목, 불리한 조건을 몇 분 안에 찾아낸다. 사람이 하루 종일 걸릴 일을 AI는 점심시간 전에 끝낸다. 실수율도 낮다. 반복적인 패턴 인식은 기계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영역이다.

판례 검색 및 분석

과거에는 주니어 변호사가 밤새 판례를 뒤지는 게 일상이었다. 이제 AI가 관련 판례를 순식간에 찾아주고, 판결 경향까지 분석해준다. 단순 검색을 넘어 "이 사건과 유사한 판례에서 승소율이 얼마인지"까지 알려주는 수준에 도달했다.

법률 문서 초안 작성

소장, 답변서, 내용증명, 각종 신청서의 초안을 AI가 작성한다. 물론 최종 검토는 사람이 해야 하지만, 초안 작성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정형화된 문서일수록 AI의 완성도가 높다.

법률 상담 챗봇

간단한 법률 질문에 대한 1차 상담을 AI 챗봇이 처리한다. "임대차 계약 해지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같은 기본적인 질문은 AI가 충분히 답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법률 플랫폼에서는 AI 상담이 유료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법률 영역

그렇다면 법률 전문직은 끝난 걸까? 아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당분간 넘기 어려운 벽이 있다.

법정 변론과 설득

재판은 논리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판사와 배심원의 감정을 읽고, 상황에 맞게 전략을 수정하며, 예상치 못한 반론에 즉각 대응하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지만, 법정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복잡한 협상

M&A, 기업 간 분쟁 조정, 이해관계가 얽힌 다자간 협상에서는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숨겨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이건 단순히 법률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관계와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윤리적·사회적 판단

법은 조문만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사회적 맥락, 시대적 가치관, 공정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 AI는 한계가 명확하다.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윤리적으로 옳은가"라는 질문에 AI는 답을 내리기 어렵다.

의뢰인과의 신뢰 관계

법률 서비스의 본질은 신뢰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에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지, 기계가 필요한 게 아니다. 이혼, 상속, 형사 사건처럼 감정이 깊이 개입되는 분야에서는 사람 대 사람의 관계가 핵심이다.

리걸테크 도구 현황

현재 법률 분야에서 활용되는 주요 AI 도구들이다.

  • 로앤컴퍼니(로톡): 국내 최대 법률 플랫폼. AI 기반 법률 상담 매칭과 문서 작성 서비스 제공
  • 인텔리콘: 계약서 AI 검토 서비스. 리스크 분석 및 조항별 코멘트 자동 생성
  • 리걸마인드: 판례 분석 AI. 유사 판례 검색과 승소율 예측
  • Harvey AI: 해외 로펌에서 널리 사용되는 법률 특화 AI. 문서 분석과 리서치에 강점
  • CaseText (CoCounsel): 법률 리서치 AI. 톰슨 로이터에 인수되며 업계 주목

이 도구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업무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도구를 잘 쓰는 법률인과 그렇지 않은 법률인의 생산성 격차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

법률 직업인이 준비해야 할 역량

기술 역량

AI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이 기본이 된다. 코딩을 배울 필요까지는 없지만, 리걸테크 도구를 업무에 자연스럽게 통합할 줄 알아야 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능력도 중요해진다. AI에게 정확한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변호사가 더 나은 결과를 얻는다.

전문 분야 깊이

AI가 범용적인 업무를 처리할수록, 인간 전문가의 가치는 깊이에서 나온다. 특정 산업이나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적 판단력은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다. IT 분야 법률, 의료 분쟁, 국제 통상 등 전문 영역을 확보하라.

소통과 공감 능력

법률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점점 더 사람에 대한 이해로 이동한다. 복잡한 법률 개념을 쉽게 설명하고, 의뢰인의 감정을 공감하며, 최선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실천 가이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했다.

1단계: 리걸테크 도구 체험 (이번 주)

  • ChatGPT나 Claude에 실제 법률 질문을 던져보라. AI의 수준을 직접 확인하는 게 첫걸음이다.
  • 로톡, 인텔리콘 등 국내 리걸테크 서비스를 무료 범위에서 사용해보라.

2단계: 업무 프로세스 분석 (이번 달)

  • 자신의 일상 업무 중 반복적인 작업을 목록으로 작성하라.
  • 그중 AI가 대체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업무를 구분하라.
  • 가장 시간이 많이 드는 반복 업무부터 AI 도구를 적용해보라.

3단계: 전문성 재설계 (3개월)

  • AI가 처리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명확히 정의하라.
  • 해당 분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전문 콘텐츠를 생산하라.
  • 리걸테크 관련 세미나나 교육에 참여해 트렌드를 파악하라.

4단계: 하이브리드 역량 구축 (6개월~)

  • AI 도구를 활용한 업무 워크플로우를 체계화하라.
  • 기술 + 법률 + 소통 능력을 결합한 자신만의 포지셔닝을 만들어라.
  • 후배나 동료에게 리걸테크 활용법을 공유하며 조직 내 영향력을 확대하라.

마무리

법률 직업의 미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단순 법률 업무를 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AI를 활용해 더 높은 가치를 만드는 법률 전문가는 더 잘된다.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AI 도구를 일찍 익히고 자신의 전문성을 재정의하는 사람이 이 변화에서 기회를 잡는다. 변호사든, 법무사든, 법률 사무원이든 마찬가지다.

법률은 결국 사람의 문제를 다루는 일이다. AI가 도구를 더 날카롭게 만들어줄 뿐, 그 도구를 쥐는 건 여전히 사람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함께 읽으면 좋은 글